어찌어찌 살다 보니 귀농까지 하게 됐다.
그렇게 2021년부터 상추 농사를 짓고 있다.
농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가끔 이런 말을 한다. “상추는 그냥 심어놓고 물만 주면 되는 거 아니야?”
천만의 말씀이다.
상추라는 녀석이 보기에는 만만해 보여도 막상 키워보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. 날씨도 살펴야 하고, 물도 적당히 줘야 하고, 병충해에 신경 쓰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른다.
특히 여름 농사는 말 그대로 사람 잡는다.
가만히 서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상추를 수확하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. 그렇게 애지중지 키워놓고도 폭염에 제대로 수확 한번 못 하고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.
한두 번 수확하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.
한마디로, 존나 힘들다.
그런데도 내가 농사를 계속 짓는 이유가 있다.
귀농하고 나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사람들과 부딪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.
원래 사람 만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. 여럿이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게 편하고, 누군가에게 맞춰가며 사는 것도 영 체질에 맞지 않는다.
농장에서는 굳이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.
아침이면 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가 상추가 잘 자라고 있는지 둘러보고, 물이 필요하면 물을 주고, 손볼 곳이 있으면 손을 본다.
그렇게 혼자 사부작사부작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간다.
물론 농사라고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다. 날씨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, 상추 가격은 더더욱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. 가끔은 상추가 사람보다 더 속을 썩이기도 한다.
그래도 상추는 적어도 뒤에서 내 욕은 안 할 테니까. ㅎㅎ
몸은 고되고 힘들어도 마음만큼은 예전보다 한결 편하다.
어쩌면 나는 농사가 좋아서 귀농했다기보다, 이런 삶이 내 성격에 잘 맞아서 농사를 계속 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.
이곳은 그렇게 살아가는 상추아저씨의 작은 공간이다.
거창한 이야기는 없다.
그저 농장에서 보내는 하루하루와 소소한 일상, 그리고 가끔은 살아가는 잡스러운 이야기를 기록해 보려 한다.